엄마가 돌아가신 지 어느덧 1년 반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조금씩 옅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엄마는 제 마음속에서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기억들이 이제는 하나둘 떠오릅니다. 부엌에서 들리던 엄마의 목소리,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도 가족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시던 모습, 환하게 웃으시던 얼굴까지 말입니다.
엄마는 제 곁에 계시지 않지만, 저는 이제야 엄마를 다시 만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보이기 시작한 엄마의 마음
젊었을 때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왜 그렇게 걱정을 많이 하셨는지, 왜 때로는 무뚝뚝하게 말씀하셨는지, 왜 늘 피곤해 보이셨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엄마도 당연히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엄마가 살아가셨던 나이가 되었고, 직장생활과 가정을 함께 꾸려가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엄마도 많이 힘드셨겠구나.
엄마도 쉬고 싶으셨겠구나.
그리고 엄마도 저에게 더 잘해주고 싶으셨겠구나.
우리 엄마는 직장을 다니셨습니다.
하루 종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가족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집안일을 하셨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엄마는 늘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셨을 것입니다.
아이와 조금 더 놀아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날도 있었을 것이고,
맛있는 음식을 더 자주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피곤해서 그러지 못했던 날도 있었을 것입니다.
엄마도 마음속으로는 늘 미안해하셨을지 모릅니다.
그 마음을 엄마가 계실 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엄마를 떠나보낸 지금에서야 그 사랑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두 아이를 키웠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엄마 생각이 자주 납니다.
혹시 오늘은 밥을 잘 먹었을까.
힘든 일은 없을까.
아프지는 않을까.
부모의 마음은 아이가 몇 살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저 역시 부모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엄마의 잔소리라고 생각했던 말들이 사실은 사랑이었습니다.
걱정이었고, 기다림이었으며, 기도였습니다.
사랑은 늘 다정한 말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엄마를 다시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얼마 전 이어령 교수님의 어머니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가 여러 번 손을 멈추었습니다.
책 속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제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문장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출근을 서두르시던 아침.
피곤한 얼굴로 저녁을 준비하시던 모습.
힘든 일이 있어도 자식들 앞에서는 웃으려고 애쓰시던 모습.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평범했던 하루들이 가장 큰 사랑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읽을 수 있는 편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은 계실 때 더 많이 사랑해야 합니다
부모님은 늘 그 자리에 계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고,
전화 한 통도 다음으로 미루고,
찾아뵙는 일도 바쁘다는 이유로 뒤로 미루곤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떠난 후 가장 많이 남는 것은 후회보다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었습니다.
한 번 더 안아드릴 걸.
따뜻한 말 한마디 더 해드릴 걸.
조금 더 자주 찾아갈 걸.
우리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일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제게 남겨준 사랑을 이제는 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엄마를 떠나보낸 후 제 삶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퇴근한 딸이 “엄마, 오늘 하루 어땠어?”라고 물어볼 때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저녁을 먹은 뒤 남편과 30분 정도 함께 산책하며 하루를 이야기하는 시간도 제게는 소중한 행복이 되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엄마는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사랑을 아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네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도 더 자주 하려고 합니다.
언젠가 아이들도 부모가 되었을 때 저를 이해하게 되겠지만, 그때는 후회보다 따뜻한 기억이 더 많이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엄마는 떠났지만 사랑은 남았습니다
엄마는 더 이상 제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여전히 제 삶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에도,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에도,
힘든 하루를 묵묵히 견디는 모습에도 엄마가 있습니다.
사람은 부모를 잃고 나서야 부모를 다시 만난다는 말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저는 마음속으로 엄마를 불러 봅니다.
“엄마, 이제야 엄마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어요.
직장과 가정을 함께 지키며 얼마나 애쓰셨는지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더 잘해드리지 못했던 시간이 많이 아쉽지만, 엄마가 제게 주셨던 사랑만큼은 제 아이들에게도 꼭 전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엄마의 딸이라서 참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