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50대가 되니, 눈에 보이는 것보다 오래 남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득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향기에 고개를 돌린 적이 있습니다.

강하지도 않았습니다. 화려하지도 않았습니다. 은은하게 스쳐 지나가는 향기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얼굴보다 먼저 기억에 남은 것은 향기였습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도 향기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향수의 향기가 아니라 삶에서 배어 나오는 향기 말입니다.

저는 은행에서 근무합니다. 하루에도 많은 고객을 만납니다. 그중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시니어 고객들도 많이 오십니다. 신기한 것은 가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깔끔하게 다려진 옷, 단정한 머리, 지나치지 않은 은은한 향수.

그분들이 지나가면 ‘참 자기관리를 잘하시는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을 소중하게 관리하는 모습은 말하지 않아도 품격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향수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삶의 향기입니다.


50대가 되니 향기가 달라집니다

젊었을 때는 향수를 고를 때도 유행을 따라갔습니다.

좋은 브랜드를 찾고, 오래 지속되는 향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50대가 되니 향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지가 결국 사람의 분위기를 만들고, 그 분위기가 하나의 향기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집니다.

감사하는 사람에게는 감사의 향기가 있습니다.

배려하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향기가 있습니다.

늘 배우려는 사람에게는 겸손한 향기가 있습니다.

반대로 불평과 원망, 분노와 비교는 아무리 좋은 향수를 뿌려도 감출 수 없는 냄새가 되어 주변에 퍼집니다.

결국 우리가 남기는 것은 향수가 아니라 삶입니다.


시간이 쌓이면 인격도 향기가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는 세월이 남습니다.

하지만 마음에도 세월이 남습니다.

어떤 사람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부드러워집니다.

또 어떤 사람은 점점 날카로워집니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느냐에 따라 인생의 향기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합니다.

‘나는 어떤 향기를 남기는 사람일까?’

은행에서 고객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가끔 생각합니다.

오늘 나를 만난 사람들은 나를 기억할까?

혹시 내가 건넨 미소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만들었을까?

그런 작은 친절들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향기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바라는 삶은 단순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저를 만나고 난 뒤, 제 뒤에 계신 하나님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말합니다.

빛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주변을 밝히고, 소금은 자신을 자랑하지 않아도 음식 전체의 맛을 살립니다.

향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향기는 자신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퍼지지만 오래 기억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이유가 외모 때문도, 말솜씨 때문도 아니라 제 삶에서 흘러나오는 평안과 따뜻함 때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의 근원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을 것입니다.


오늘도 조금 더 좋은 향기를 남기며

향수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품은 오래 기억됩니다.

친절은 오래 남고, 진심은 사람의 마음속에 머뭅니다.

50대는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향기가 만들어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매일의 선택이 쌓여 인격이 되고, 인격이 쌓여 향기가 됩니다.

오늘도 저는 좋은 향수를 고르기보다 좋은 마음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배우려는 마음, 그리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저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해 준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 곁에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어.”

그 말이야말로 제가 평생 남기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향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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