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나를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연습

살다 보면 눈앞의 일이 너무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문제를 당장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나와 상황 사이에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말하는 거리두기는 사람을 멀리하거나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다. 내 감정과 생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지금의 나를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이 간절했던 순간

예전에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수술 후에는 기침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하던 기침인데 그때는 ‘한 번만 시원하게 기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편안하게 숨을 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당연했던 일들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자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몸이 회복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그 감사함도 조금씩 희미해졌다.

걷고, 먹고, 숨 쉬고, 일하는 것이 다시 당연해졌다. 그리고 어느새 작은 일에 마음이 상하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흔들리고, 눈앞의 문제가 아주 큰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인간은 참 쉽게 익숙해지는 존재인가 보다.

나를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럴 때 나는 가끔 상상해본다.

지금 내가 있는 장면에서 내 시선만 위로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다. 마치 영화의 카메라가 멀어지듯 내가 있는 공간 전체를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나를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해본다.

‘나는 지금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이 일이 정말 이렇게까지 마음을 쓸 일일까?’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 일이 이렇게 크게 느껴질까?’

신기하게도 거리가 생기면 조금 전까지 나를 꽉 붙잡고 있던 감정이 작아질 때가 있다.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그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화가 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지금 화가 난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그 작은 차이가 나에게 생각할 공간을 만들어준다.

가까이 있을수록 크게 보이는 것들

손바닥을 눈앞에 바짝 가져다 대면 손 하나가 세상을 가린다. 하지만 조금만 멀리하면 손 뒤에 있던 풍경이 다시 보인다.

우리의 고민도 그런 것 같다.

직장에서 있었던 일, 가족과의 작은 갈등, 누군가의 표정이나 말 한마디가 바로 눈앞에 있을 때는 그것이 내 하루의 전부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그것은 긴 삶 속의 한 장면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이 한쪽으로 좁아질수록 나는 오히려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리두기는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보이지 않던 것을 다시 보기 위한 방법이다.

거리두기를 하면 감사도 다시 보인다

병원에 있을 때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마음껏 기침하는 것, 혼자 화장실에 가는 것, 아프지 않게 숨 쉬는 것.

그때는 그것만 할 수 있어도 감사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의 삶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면 가끔 그때의 나를 떠올려본다.

오늘 내가 걸어서 집을 나설 수 있다는 것,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일할 수 있다는 것, 식사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너무 가까이 있을 때는 당연했던 것들이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다시 감사가 된다.

삶이 힘들 때마다 모든 문제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하지만 잠시 거리를 두고 나를 바라볼 수는 있다.

‘지금의 나를 멀리서 바라본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내 감정과 생각의 방향이 달라질 때가 있다.

거리두기는 삶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 삶을 조금 더 넓게 바라보는 연습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다.

오늘 내가 무심코 지나가고 있는 이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내가 이미 누리고 있는 감사한 하루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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