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는 만드는 것일까, 맺히는 것일까?

얼마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자꾸 지칠까.
예수님을 닮아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온유해야 하고, 절제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편에는 늘 같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더 잘해야 한다.’
‘이제는 화내지 말아야 한다.’
‘나는 왜 아직도 예수님처럼 살지 못할까?’
언젠가는 성령의 열매를 모두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혹시 나는 열매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열매를 붙이며 살아간다
사람은 결과를 좋아합니다.
운동을 시작하면 빨리 몸이 바뀌기를 원하고,
영어를 배우면 금방 유창하게 말하고 싶어 합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을 믿기 시작하면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이 넘치고, 인내가 생기고,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다짐합니다.
오늘부터 사랑해야지.
오늘부터 참아야지.
오늘부터 절제해야지.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 낸 모습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마치 나뭇가지에 사과를 테이프로 붙여 놓은 것과 비슷합니다.
멀리서 보면 열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생명이 없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고 맙니다.
나무는 열매를 만들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나무는 열매를 만들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사과나무는 매일 아침
‘오늘은 사과 열 개를 만들어야지.’
라고 결심하지 않습니다.
그저 뿌리를 땅에 깊이 내리고,
햇빛을 받고,
물을 흡수하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면 어느 계절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열매가 맺힙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억지로 붙이지 않아도,
생명이 있기 때문에 열매가 나오는 것입니다.
신앙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하나님은 열매보다 관계를 먼저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열매를 만들어라.”라고 말씀하시기 전에
“내 안에 거하라.”
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이 점점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우리는 자꾸 결과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관계를 먼저 말씀하십니다.
오늘 하나님과 얼마나 대화했는지,
오늘 하나님을 얼마나 의지했는지,
오늘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솔직했는지를 먼저 보시는 것 같습니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열매는 따라오는 것이지,
열매를 먼저 만들어야 관계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변화는 대부분 내가 먼저 모른다
재미있는 것은 열매는 대부분 본인이 먼저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먼저 이야기합니다.
“예전보다 많이 여유로워졌네요.”
“전보다 말을 더 따뜻하게 하세요.”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요.”
정작 나는 아직 부족한 것만 보이는데,
조금씩 변화된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먼저 발견합니다.
나무도 자신이 열매를 맺었는지 자랑하지 않습니다.
그저 계절이 되면 자연스럽게 열매가 달립니다.
우리의 삶도 그런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예전에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모두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열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오늘 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
오늘 감사 한 가지를 고백하는 것.
오늘 화가 날 때 잠시 기도하는 것.
오늘 맡겨진 일을 성실히 하는 것.
이런 작은 하루가 모여 나를 조금씩 바꾸어 갑니다.
열매는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생명의 결과다
50대를 지나면서 점점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를 완벽하게 바꿀 수 없습니다.
억지로 만든 변화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과 함께 걷는 시간은 사람을 조금씩 변화시킵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분명히 알게 됩니다.
예전보다 덜 화내고,
예전보다 더 이해하고,
예전보다 조금 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열매입니다.
열매는 내가 애써 만든 작품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걸어온 시간의 흔적입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더 이상 열매를 붙이려고 애쓰지 않으려 합니다.
오늘도 하나님께 조금 더 가까이 머무는 하루를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계절엔가,
제 삶에도 하나님께서 맺게 하시는 아름다운 열매가 조용히 달려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