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다.

얼마 전 책을 읽다가 마음을 붙잡는 질문 하나를 만났습니다.
“배우자와 자녀, 교회를 향한 나의 헌신은 어느 정도인가? 나의 주변 사람들은 내가 언제나 그들 편이며 떠나지 않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처음에는 이 질문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뒤 오히려 다른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들의 기대를 모두 만족시키며 살아야 하는 걸까?’
‘누군가가 나에게 실망하면 나는 헌신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걸까?’
생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건강한 헌신’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헌신을 종종 사람의 평가로 판단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헌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성도.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직원.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헌신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로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좋은 엄마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좋은 성도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항상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의 기대가 나의 기준이 됩니다.
그때부터 헌신은 기쁨이 아니라 부담이 되고, 사랑이 아니라 의무가 되기 쉽습니다.
건강하지 않은 헌신은 나를 잃게 만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가 실망할까 봐 자신의 시간을 포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건강을 뒤로 미루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은 지치고 관계는 오히려 무거워집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기대에는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삶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모습도 아닐 것입니다.
건강한 헌신은 기준이 다르다
건강한 헌신은 사람들의 기대를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사람과 책임에 신실한 삶입니다.
예수님을 떠올려 보면 분명해집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으셨습니다.
모든 병자를 같은 날 고치신 것도 아니었고, 사람들의 인기에 따라 움직이지도 않으셨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실망했고, 떠나갔으며,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단 한 번도 아버지의 뜻에서는 벗어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헌신이었습니다.
사람의 기대보다 하나님의 뜻을 우선하는 삶.
저는 그것이 건강한 헌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순종이 가장 큰 헌신일 수도 있다
저는 특별한 사역을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평일에는 직장에 다니고, 집안일을 하고, 하루를 정신없이 보냅니다.
가끔은 ‘나는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것.
아픈 사람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
오늘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마무리하는 것.
이런 작은 일들이 하나님께서는 더 귀하게 보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헌신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헌신
이제 저는 헌신을 평가하는 기준을 조금 바꾸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보다
‘오늘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람들을 나는 사랑으로 대했는가?’
를 더 자주 묻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제 선택에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맡기신 책임 안에서 끝까지 신실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충성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헌신은 오래 간다
사람의 인정으로 시작한 헌신은 언젠가 지칩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는 헌신은 오래갑니다.
그 안에는 억지가 아니라 사랑이 있고, 의무가 아니라 감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가며 더 이상 사람들의 박수를 받기 위해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하나님께서 제게 맡기신 오늘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언젠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았다는 기억보다 하나님 앞에서 “잘하였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는 말씀을 듣는 것이 제게는 더 큰 상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저는 그 한마디를 바라보며 건강한 헌신을 배우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