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매여 있는 삶, 그래서 더 아름다운 인생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삶.

생각만 해도 참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는 삶이 행복한 삶일까?

요즘 나는 우리 집 반려견 코코를 보면서 그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우리 가족의 막내, 코코

우리 집에는 15살이 넘은 작은 푸들이 있다.

이름은 코코.

처음 코코가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온 가족이 들떠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코코를 찾았고, 남편도 퇴근하면 가장 먼저 코코를 안아 주었다.

나 역시 매일 산책을 나갔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코코는 산책을 기다렸고, 그 덕분에 나도 규칙적으로 걷는 습관이 생겼다.

가족 모두가 코코를 중심으로 웃을 일이 많아졌다.

작은 생명 하나가 집안의 분위기를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랑도 책임이 된다

하지만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코코도 이제 노견이 되었다.

예전처럼 잘 뛰지 못하고, 눈도 예전 같지 않다.

귀도 조금씩 어두워지는 것 같다.

가끔은 이유 없이 보채기도 하고, 간식을 달라고 여러 번 찾아오기도 한다.

건강할 때는 마냥 귀엽기만 했던 행동들이 피곤한 날에는 조금은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여행을 계획하면 코코를 누구에게 맡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외출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 적도 솔직히 있었다.

누군가에게 매여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임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코코에게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책임을 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랑은 언제나 자유만 주는 것이 아니다.

기다려 주는 시간도 필요하고,

참아 주는 마음도 필요하고,

끝까지 함께하려는 책임도 필요하다.

건강할 때만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늙고 약해졌을 때도 곁을 지켜 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의 돌봄을 받을 수 있다

코코를 바라보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나 역시 늙을 것이다.

지금은 건강하게 출근하고 운동도 하고 운전도 하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누군가에게 부담만 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요즘은 노후 준비를 돈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을 지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스스로 하고,

다른 사람에게 불필요한 짐을 남기지 않는 것.

그것도 사랑하는 가족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일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코코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도 미리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픈 날이 오면 어떻게 할지,

어떤 치료를 받을지,

마지막 순간에는 어떻게 함께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지만,

사랑했다면 그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것이 책임이라고 믿는다.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결국은 언젠가 마무리를 맞이한다.

그 마무리가 아름다우려면 오늘을 잘 살아야 한다.

평소에 따뜻한 말을 건네고,

서운함을 오래 품지 않고,

잘못이 있다면 먼저 사과하고,

상대의 실수를 용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마지막이 아름다운 관계는 마지막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서로를 용납하고 용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확신하는 것이 있다.

사람은 완벽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 용납하고,

실수하기 때문에 서로 용서하며 살아간다.

내가 속한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교회 공동체에서도,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결국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업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누군가가 나를 떠올릴 때

“참 편안한 사람이었다.”

“함께 있어서 고마운 사람이었다.”

라는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어딘가에 매여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

예전에는 자유로운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매여 있고,

책임이 있기 때문에 기다려 주고,

끝까지 함께하려고 노력하는 삶.

그것이 오히려 더 깊고 단단한 행복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우리 집 코코는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그날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까지 나는 코코의 보호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언젠가 삶의 마지막을 맞이할 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후회보다는 감사가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딘가에 매여 있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그 사실을 작은 반려견 코코에게서 배우고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