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을 가만히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손이지만, 문득 생각했습니다.
손은 우리의 삶을 가장 많이 기억하는 신체가 아닐까.
얼굴에는 시간이 남고, 손에는 살아온 삶이 남습니다.
주름진 손에는 세월이 있고, 굳은살이 박인 손에는 노력의 흔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하며 손이 거칠어졌고, 누군가는 아픈 사람을 돌보느라 손이 닳았습니다.
오늘은 문득 제 손을 바라보며 이런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나는 어떤 손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갓난아기의 작은 주먹에서 시작되는 인생
모든 사람의 손은 작은 주먹에서 시작됩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손을 꼭 쥐고 세상에 나옵니다.
그 작은 손으로 엄마의 손가락을 붙잡고 세상과 처음 연결됩니다.
엄마를 의지하며 걷는 법을 배우고, 넘어질 때마다 손을 내밀어 다시 일어섭니다.
조금 더 자라면 서툰 손으로 숟가락을 잡고 혼자 밥 먹는 법을 배웁니다.
장난감을 만지고, 그림을 그리고, 책장을 넘기며 세상을 알아갑니다.
엄마의 얼굴을 쓰다듬고, 아빠의 손을 잡으며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모두 손입니다.
말보다 먼저 사랑을 전하는 것이 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손은 욕심도 배운다
하지만 손은 사랑만 배우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자라면 같은 장난감을 서로 갖겠다고 손을 뻗습니다.
빼앗고,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 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더 많은 돈을 가지려는 손.
더 높은 자리를 잡으려는 손.
내 것을 놓치지 않으려 꼭 움켜쥔 손.
손은 우리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하면 손도 움켜쥐게 되고,
마음이 두려우면 손도 쉽게 놓지 못합니다.
그래서 손은 마음의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받은 손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다행인 것은 손은 계속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손으로 도시락을 만듭니다.
누군가는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누군가는 꽃을 심고,
누군가는 악기를 연주하며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또 어떤 손은 상처를 치료하고,
어떤 손은 편지를 쓰며 용기를 건네고,
어떤 손은 선물을 건네며 사랑을 표현합니다.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주는 손도 있습니다.
따뜻한 손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살릴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능력이 아니라 따뜻한 손 하나인지도 모릅니다.
나의 손은 어떤 손인가
요즘 저는 이 질문을 자주 합니다.
“내 손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누군가를 밀어내는 손인지,
누군가를 붙잡아 주는 손인지.
비난하는 손인지,
격려하는 손인지.
계산하는 손인지,
나누는 손인지.
은행에서 일하면서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서류를 건네고, 돈을 세고, 계약서에 서명을 받는 일도 모두 손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억에 남는 것은 업무가 아닙니다.
긴장한 고객에게 서류를 천천히 설명해 드렸던 순간,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드렸던 순간,
불안해하는 어르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드리려고 정성껏 안내했던 순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사람은 손으로 일하기도 하지만,
손으로 마음을 전하기도 합니다.
가장 어려운 손
세상에는 쉽게 잡을 수 있는 손이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잡지 못하는 손도 있습니다.
불편한 사람의 손.
상처 입은 사람의 손.
모두가 외면하는 사람의 손.
우리는 종종 거리감을 두고 싶어 합니다.
괜히 엮이고 싶지 않고,
괜히 손을 내밀었다가 부담이 생길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이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과연 누구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사람일까?’
예수님의 손이 보여 준 사랑
성경을 읽다 보면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이 가까이하기를 꺼려했던 문둥병자에게 직접 손을 내미셨던 장면입니다.
당시 문둥병자는 사회적으로도 철저히 소외된 존재였습니다.
사람들은 멀리했고, 가까이 가는 것조차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먼저 손을 내미셨습니다.
병을 고치신 기적도 놀랍지만, 제 마음에 더 크게 남는 것은 그 손길이었습니다.
아무도 만지려 하지 않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간 손.
정죄보다 사랑을 선택한 손.
두려움보다 긍휼을 선택한 손.
그 손은 단순히 병을 고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을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그 장면을 읽을 때마다 저는 이런 기도를 하게 됩니다.
‘하나님, 저도 그런 손을 가진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오늘도 손은 나를 대신 말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번 손을 사용합니다.
휴대전화를 들고,
문을 열고,
운전대를 잡고,
식사를 준비하고,
누군가와 악수하고,
가족의 등을 토닥입니다.
그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나라는 사람을 보여 줍니다.
손은 마음을 숨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제 손을 바라봅니다.
이 손이 더 많이 나누는 손이 되기를,
더 많이 붙잡아 주는 손이 되기를,
더 많이 위로하는 손이 되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제 삶을 돌아볼 때, 많은 것을 가졌던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인생일 것입니다.
오늘도 제 손이 사랑을 전하는 도구가 되기를 조용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