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일의 결과보다 오래 기억된다

은행에서 일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명의 고객을 만난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업무를 처리해 드렸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고객이 보여준 감사의 미소나 따뜻한 말 한마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가끔은 몇 년 만에 다시 방문한 고객이 “그때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해 줄 때가 있다. 나는 그 업무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분은 그날의 감정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은 일의 결과보다 오래 기억된다는 사실이다.

젊었을 때의 나는 일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맡은 업무를 정확하게 처리하고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직장인의 모습이라고 믿었다.

물론 지금도 업무 능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50대가 된 지금 돌아보면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함께 일하는 동료도 있었고, 매일 새롭게 만나는 고객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사람들은 업무의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을 더 오래 기억한다는 사실이었다.

정확함도 필요하지만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다

예전에는 업무를 정확하게 처리하는 데 집중했다. 실수 없이 일을 끝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아무리 일이 잘 끝나더라도 관계가 불편하면 함께 일하는 과정이 힘들어진다. 반대로 작은 실수가 있더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에서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지금은 동료들과 일할 때 상대방의 감정을 조금 더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내 말이 상처가 되지 않을지,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할 수는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업무 능력만큼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고객은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은행에서 일하다 보면 같은 내용을 하루에도 여러 번 설명하게 된다.

어떤 날은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듣기도 한다. 예전에는 속으로 “이 내용은 이미 여러 번 설명했는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오늘 수십 번째 설명일지 몰라도 고객은 처음 듣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객은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같은 질문도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게 되었다.

작은 생각의 변화였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

나이가 들어도 배울 것은 많다

젊었을 때는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있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서는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특히 고객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떤 분은 오랜 사업 경험을 이야기해 주시고, 어떤 분은 가족과 인생에 대한 지혜를 나누어 주신다.

가끔은 내가 도움을 드리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내가 배우고 오는 날도 많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사실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된다.

아는 것을 말하기보다 배우려는 자세

나이가 들수록 조심하려고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려는 태도보다 배우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자신도 모르게 충고가 늘어나기 쉽다. 하지만 상대방은 조언보다 이해와 공감을 원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요즘은 말하기보다 먼저 듣는 연습을 하고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그 사람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듣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관계를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존중은 나이와 직급을 넘어선다

예전에는 존중이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존중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태도이다.

나보다 어린 직원에게도, 처음 만난 고객에게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내가 먼저 존중을 보여주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관계는 결국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마무리

50대가 되어 돌아보니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만난 수많은 동료와 고객들, 그리고 다양한 경험들이 조금씩 나를 변화시켰다. 처음에는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이가 들어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50대가 되어 배운 가장 중요한 삶의 태도이다.

완벽한 사람은 될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 편안함을 주고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좋은 인간관계의 비결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는 작은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사람에게서 배우고, 사람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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