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한국인 정체성을 지켜준 두 가지

캐나다로 이민 온 후 두 아이를 낳았습니다. 두 아이 모두 캐나다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입니다. 학교에서는 영어를 사용했고 친구들도 대부분 캐나다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캐나다 문화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학교 행사에 참석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라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할까, 캐나다인이라고 생각할까?” 부모로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한국어를 잘하는지 못하는지가 아니라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늘 고민했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정체성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한국 사람입니다. 집 안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학교에서는 영어를 사용했습니다. 명절과 가족 문화는 한국식이었지만 사회와 교육 환경은 캐나다식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혼란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한 가지를 꾸준히 알려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너희는 캐나다 시민권자이지만 동시에 한국인의 뿌리를 가진 사람이다.”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민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두 문화 속에서 성장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 고민하는 시기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부담스럽게 느끼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자신의 배경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정에서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바로 음식과 한글입니다.

한국 음식은 문화를 배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음식이 문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불고기, 잡채, 김밥 같은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한국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가족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한국 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말에는 함께 김밥을 만들었고, 명절에는 떡국을 먹으며 그 의미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에는 시장과 식당을 함께 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하도록 한 것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은 지금도 한국 음식을 좋아합니다.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기도 하고 한국 식당을 즐겨 찾기도 합니다.

특히 딸이 친구들과 한식당에 가는 모습을 보거나 아들이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고 말할 때면 부모로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문화와 추억,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소중한 매개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한글은 뿌리를 잊지 않게 해준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한글이었습니다.

집에서는 가능한 한 한국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들이 영어로 이야기해도 부모는 한국어로 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루 종일 영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영어가 훨씬 편했습니다. 때로는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귀찮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어는 단순히 하나의 언어가 아니라 정체성과 연결되는 중요한 다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를 이해하면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 계신 조부모님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몇 년 전 아이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식당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주문하고, 친척들과 한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습니다. 어릴 때는 한국어 사용을 귀찮아하던 아이들이었지만, 그때 처음으로 부모로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해 준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도 훨씬 편리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자연스럽게 깊어졌습니다.

우리는 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을까요?

아이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알려준 이유는 한국 사람이 더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뿌리를 아는 사람이 더 건강한 자아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깊은 나무가 쉽게 흔들리지 않듯이, 자신의 배경을 이해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캐나다 사회에서 살아가면서도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부모와 조부모의 이야기를 이해하며, 자신의 문화를 존중할 수 있다면 그것은 큰 힘이 됩니다.

지금도 한국을 방문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주문하고, 한국 음식을 즐기며, 친척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어릴 때는 힘들어 보였던 과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음식과 한글은 아이들의 정체성을 지켜준 가장 강력한 연결 고리였습니다.

두 문화를 가진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지금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음식과 한글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려주려고 노력했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캐나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는 영어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가족과는 한국어로 대화합니다.

이민 가정에서 자녀에게 정체성을 심어준다는 것은 한 문화를 선택하게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 문화를 모두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캐나다 시민권자이지만 동시에 한국인의 뿌리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었던 가장 소중한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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